BOOMOON, ON THE CLOUDS, 나비장책, 파주, 2006

변환하는 양상 - 하늘을 둘러싸고

권부문이 구름 연작 (On the Clouds)을 시작한 것은 1993년 인도네시아와 한국 간을 운항하는 비행기에서 였다. 그 풍경이 지구 상의 어느 지점에 해당하는 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내에서 창 너머 보이는,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듯한 하늘의 미세한 변화가 변환하는 사상事象의 세계를 포착하기에 노칠 수 없는 순간이었고, 그것이 샷터를 누르는 계기가 되었다. 

권부문은 올려다 보거나 내려다 보는 시점이 아닌, 눈높이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촬영 장소는 기내. 고정된 시점에서 보는 것이지만 작은 오차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같은 시점視点, 같은 시선視線의 사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더우기 비행기 안에서 보는 풍경임으로 두 번 다시 같은 장소로 되돌아 갈 수도 없다. 상승기류를 탄 공기는 상공에서 식어 구름이 되었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고공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은 맹렬한 속도로 움직이는 가운데 얻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10,000 미터 이상의 순항고도에서 비행하는 속도를 느끼게 하는  창 너머의 실상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지상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자연의 모습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그렇기 때문에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미지를 획득하게 해 준다. 물론, 두 번 다시 같은 이미지와 만날 수 없는 것이 비행기에서 보는 풍경만은 아니다. 물의 흐름, 바다의 움직임 등 인간에 의해 재현 불가능한 자연 현상 모두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늘은 어떤 점에서 특별할까. 

하늘은 시학적詩學的 의미에 있어서 '토포스'(Topos)일 수는 있어도 시각적視覺的 표현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장소는 아니다. 허공虛空 이라는 한자가 의미하듯이 사물이 존재하는 장소, 즉 공간은 중성적일 수 밖에 없으며, 하늘 자체도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오직 구름 뿐이다. 하늘이 파랗다는 것도 빛이 산란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표와 성층권成層圈 사이에 위치하는 대류권對流圈을 하늘이라고 정의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풍경과 속세의 풍경 사이에 가로 놓여진 경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의 단편을 사진 찍는다면 거기에는 회화에서와 같은 화면의 완결을 위한 구성 의도는 불가능하다. 권부문은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 어느 것 보다도 실체성이 없는 것 중 하나인 하늘을 주제로 삼고 있다. 하늘을 주제로 하고 있다기 보다는 끝임없이 변환하는 양상을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권부문의 하늘 사진들은 예술 작품이며 단순한 자연의 이미지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손이 닿기 힘든 장소의 이미지는, 나사 (NASA)의 우주 사진들이 그러하듯이, 자연과 예술 사이에 위치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들게 한다. 권부문은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서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에게 부분은 전체를 환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로 아마노 (요코하마 미술관 학예주임)